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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드라마 리뷰

[드라마 토크]<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왕의 남자>

by 밍키쓰 2017. 4. 28.

  조선시대 임금 중 숙종, 세종대왕, 연산군은 꽤 자주 쓰이는 소재이다.  조선시대가 신라나 고려 시대에 비해 자료도 많거니와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사건들이 많은 때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수종은 가히 한국 역사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배역을 맡았었다. 동일한 소재가 워낙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다 보니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오늘 들고온 것은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과 <왕의 남자>이다. 물론 드라마 <역적>은 홍길동이라는 소재를 주로 이용한 것이고 <왕의 남자>는 공길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특정 캐릭터 등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그리고 있기도 하다. 동일한 인물에 대해 각기 다르게 그리고 있어 또 재밌다. 그렇다면 이제 그것을 비교해보자. 


1.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김자원, <왕의 남자>의 처선


  

           

                          ▵ <역적>의 김자원 캐릭터                                                                        ▵ <왕의 남자>의 처선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감자원과 <왕의 남자>의 처선 캐릭터는 매우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두 캐릭터는 모두 자기가 모시는 왕에 대해 근본적인 연민을 지니고 있다. <역적 >의 드라마는 연산군이 하는 행동이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몰래 옥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한 홍길동에게 몰래 가 '내일 시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긔띔하기도 한다. 그가 홍길동와 말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차마 자신의 처지에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을, 즉 왕의 잘못된 행동을 정정당당히 비판하고 혼내는 일을 오직 홍길동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역적>의 김자원이 연산군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가 단순히 죽는 게 무서워서 왕의 기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연산군에 대한 연민때문에 연산군이 즐겁길 원한다. 그가 흥청과 운청을 모으고, 연산군이 원할만한 아이들을 들이는 등의 행동들은 충심이라기 보단 연민에 가까운 행동들이다. 

  

<왕의 남자>의 처선도 마찬가지이다. 처선도 자신이 모시는 왕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장생이 '왕이 즐거워하면 되지 않냐'는 말에 흔쾌히 광대들의 입궁을 허락한다. 그리고 왕이 그런 광대들을 즐거워하자 그는 연산군의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킬 법한 극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적>의 김자원이 홍길동과 얘기하다가 눈물을 흘린 것처럼 연산군의 행동이 점점 극한을 향해 달려가자 그는 자살을 택한다. 

이 둘은 차마 자신이 모시는 연산군을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말 없이 눈물을 흘렸고, 자살을 택했다.



2, 잔혹한 학살자인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연산군, 연민의 대상인  <왕의 남자> 연산군


                

                                           ▵<역적>의 연산군                                                                            ▵<왕의 남자>의 연산군

                

  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캐릭터는 연산군이다. <역적>의 연산군의 모습은 홍길동이라는 캐릭터와 대비시키고 홍길동이라는 캐릭터의 성장과 서사를 위해 확실히 잔인한 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는 어떤 하나를 매질하고 고통을 주어 희생을 시키면 다른 이들이 그 고통을 겪기 싫어서 자연히 '질서'를 지키고 말을 듣게 된다며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여악의 사지를 잘라 돌려보라고 하고 자신이 정한 규칙을 어기는 이들의 시체는 반드시 돌려보게 함으로써 군주로써의 위엄과 유교질서를 확립코자 했다. 이러한 그의 대사와 행동들은 연산군이 이럴 적 눈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겪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덕분에 시청자는 온전히 홍길동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연산군의 처단이라는 완벽한 정의를 실현하길 욕망한다.


 그러나 <왕의 남자> 연산군은 관객이 연산군에 대한 연민을 차곡차곡 쌓아올릴 수 있게 만든다. 처음에는 대신들에 의해 항상 거부당하는 연산군을 보여주고 '내가 왕이 맞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슬픈 몸짓으로 북을 두드리다 북을 찢는 장면은 그런 연산군의 슬픔과 광대로써의 즐거움이 대비되면서 그 슬픈 면모가 더 강조된다. 그리고 공길 앞에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분노하던 모습을 그림자극으로 보여주던 연산군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을 극대화 시킨다. 이후 자살 시도를 한 공길을 의원에게 맡기고 가면서 두 손가락으로 창살을 토도독 만지며 가는 그의 뒷모습은 영락없이 엄마를 잃은 아이의 모습이다. 때문에 관객은 연산군이 역사적으로 어떤 잔혹한 일을 했는지, 영화 내에서 대신의 손을 잘라 돌려보라고 했던 일, 선왕의 후궁을 대비가 보는 앞에서 칼로 살해했던 모습을 잊어버리게 되고 설사 잊지않는다 해도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왕의 남자>의 연산군은 장생과 대립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그는 그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이다. 



3. 그리고 <왕의 남자>와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장녹수


            

                                 ▵<왕의 남자>의 장녹수                                                             ▵<역적>의 숙용 장씨(장녹수)

    

  <왕의 남자>의 장녹수는 우리가 역사 이야기 속에서 상상하던 그 모습의 장녹수이다. 왕의 옆에서 미모를 과시하며 왕을 미혹한다. 왕은 일종의 진정한 친구로써 공길을 대했으나 그걸 오해한 장녹수는 공길을 질투하기 까지 한다. 사실 <왕의 남자>에는 녹수가 어떻게 입궁했는지 나와있지 않다. 그녀의 욕망은 오로지 왕의 총애를 받는 걸로만 보인다. 그녀의 이야기가 영화 속에 사실 별로 없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숙용 장씨(장녹수)의 이야기는 자세하게 나온다. 그녀는 입궁하기전 홍길동을 사랑했고 연산군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드러낸다. 그녀는 숨은 조력자로 있다.  그녀는 연산군 옆에서 연산군이 가져다주는 쌀과 보석과 부와 힘을 누리지만 결코 그걸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연산군을 욕망하나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홍길동이 방물장수로 와서 무엇을 원하냐 했을 때 왕을 가지고 싶다한 것은 진심이었고 그것은 사랑에 의한 욕망은 아니었다. 그녀는 아마도 이 나라를 가진 군주를 갖고 싶었던 것 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연산군은 그렇게 잔인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에 변명이 될수는 없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어머니가 눈 앞에서 아버지라는 사람에 의해 죽는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이 그렇게 된 이유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역적>은 홍길동이라는 캐릭터와의 대결 구도를 위해 그의 잔혹했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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