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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영화 리뷰

시간은 평면이 아니다, <컨택트>

by 밍키쓰 201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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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 가지고 온 영화는 컨택트(원제 : Arrival ) 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여자주인공 루이스가 하는 이 대사 내레이션에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이 영화의 결말은 사실 처음에 밝혀진 것이다.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얘기이다. 


I'm not so sure I believe in beginnings and endings.  


 

 사건의 시작은 미지의 물체가 도착하면서이다. 이 미지의 비행물체가 도착한 나라들은 죄다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대체 이 물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비행 물체 안의 외계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이다. 심지어 중국 측은 적대시할 의사를 밝히기 까지 했다. 그 속에서 언어학자인 루이스와 물리학자인 이안은 외계인의 목적을 알기 위해 이 비행 물체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차차 루이스는 '헵타포드'들의 언어들을 배우게 되고 그들의 사고 방식대로 사고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루이스는 미래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을 '미래를 본다'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까. 조금 더 살펴보자.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미래를 보게 된 데에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 그들의 방색대고 사고하게 된다' 라는 것 때문이다. 따라서 루이스는 사실 엄연히 말하자면 '미래를 본다'라기 보다는 시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헵타포드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시간 개념'이다. 


인간의 시간 개념은 평면적이다.


 인간에게 있어 시간은 점과 선, 즉 평면으로 이루어져있다. 지금 내가 서있는 그 점, 그 점은 현재이며 그 뒤는 과거 이고 앞은 미래이다. 따라서 인간의 언어에는 필연적으로 시제를 나타내는 말이 들어간다. 그러나 헵타포드의 언어는 어떠한가? 영화의 대사 중에 비나선형 언어는 시제를 가지지 않는다 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즉, 헵타포드의 언어에는 시제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이 헵타포드가 시간 개념을 모르며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것인가? 아니다. 헵타포드의 언어에 시간 개념이 없는 이유는 헵타포드에게 있어 시간은 평면이 아니라 3D 즉, 입체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과거' 니, '미래'니 하는 말 따위가 필요없다. 실제로 영화 끝 부분에 루이스가 헵타포드와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동안 그 말을 들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보통 '~하는 중이야'라고 하는 표현을 헵타포드는 진행형의 시제가 없기 때문에 단어로 말한다. '죽어가고 있는 중이야'가 아니라 '죽음의 과정에 있어'라고 말이다.


헵타포드의 시간 개념


 위 그림에서 보듯이 헵타포드에게 시간은 점이 아니라 일종의 '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현재' 라고 일컫는 시점에 헵타포드는 과거와 미래가 모두 공존하는 것이다. 때문이 사실은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이미 같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에 대해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운 루이스는 사실 미래를 보고 예측하는 게 아니라 헵타포드들 처럼 시간을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논 제로섬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직전 그녀의 딸과 얘기하는 걸 느꼈고, 생 장군의 번호에 대한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전화번호를 본 '미래'를 같이 떠올린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루이스가 생 장군의 번호를 알아야 했던 순간과 생 장군이 파티에서 '전화하지 않았냐'며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준 것은 루이스에게 동시에 일어났다고 해야 한다. 이러한 헵타포드의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는 루이스의 딸 이름에서도 나온다.


HANNAH



 이는 루이스가 말 장난을 위해서 만든 이름이 아니다. 이 이름은 '토마토'라는 단어처럼 비선형 언어이다. 앞뒤가 똑같은 말이다. 뭔가 비슷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이는 바로 헵타포드의 언어 특성이자 동시에 헵타포드들의 시간 개념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이 영화의 구조도 어쩌면 헵타포드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전부 이해를 했지만 사실은 영화 첫 부분에 이 영화를 관통하는, 그래서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메세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이미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영화를 이해했다는 사실을 끝났을 때 알게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끝난 순간 그 처음 부분의 대사를 다시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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