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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영화 리뷰

[영화 다시보기] 기억을 낚아올리는 법,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by 밍키쓰 201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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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좋은 영화는 다시 볼수록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데 이번에 다시 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어릴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로 말을 하지 않은 폴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Attila Marcel" 은 이 영화의 원제이자 폴 아버지의 이름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유럽에서는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동양권, 특히 중국에서 많은 환영을 받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고 폴 아버지의 이름이기도 한  <Attila Marcel> 사실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주는 제목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Attila"라는 이름은 별 뜻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그 이름이 악랄한 깡패, 무시무시한 신의 징벌과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Attila"라는 훈 족이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든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Marcel 은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이 생겨나게 한 Marcel Proust의 이름이다.


  주인공 폴은 초반에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폴이 감정이 없는 이유는 가지고 있어야 했던 기억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기억 찾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마담 프루스트이다. 폴의 기억찾기의 시작은 '엄마'에 대한 욕구부터 시작한다. 마담 프루스트 덕분에 폴은 처음에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엄마의 영상을 본다. 그가 마담 프루스트를 계속 찾는 이유는 기억 자체에 대한 욕구라기 보다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들 더 떠올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기억을 다 찾고 보니 폴이 찾은 것은 온전한 자기 아버지의 원래 모습이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처음 봤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는데 그것을 살펴보려고 한다.



1. 음악과 폴의 기억, 그리고 감정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마담 프루스트는 음악이 기억을 떠올리는 데에 가장 적합한 미끼라고 한다. 음악은 단순한 언어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담고 있으며 '언어'라는 감각보다 보다 원초적인 '청각'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이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 있어서 음악은 필수이다. 폴은 특정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잃어버렸던 기억을 하나 둘 찾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애로움(모빌을 틀면 나오는 음악), 질투(아이스크림 장난감에서 나오는 음악), 즐거움(개구리 노래), 그리고 사랑(중국 소녀의 아쟁-아쟁인지 해금인지 실은 잘 모르겠음-연주) 등을 하나 둘 찾기 시작한다. 폴이 청년독주자상을 탄 이유가 이모들이 심사위원에 슈케트를 먹여 보낸 것도 있겠지만 폴이 연주를 할 때 보았던 장면을 본다면 결코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폴은 아버지에 대한 온전한 기억까지 찾으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환희에 이르러 눈물까지 흐른다. 그런데  그 후에 이루어진 청년 독주자 콩쿠르에서 연주를 하면서 그는 어릴 때 즐거워하면서 보았던 그 개구리들을 본다. 그리고 온전한 기억을 찾았던 그 순간처럼 환하게 웃고는 기립박수를 받는다. 그가 했던 연주는 단순히 음표와 쉼표를 손으로 친 것이 아니라 음표와 쉼표가 가지는 감정들을 자신의 것으로 변주였기 때문이다. 



2. 빛과 피아노의 아이러니

 

  심사위원이 폴네 집에 찾아왔을 때 폴의 연주를 듣고는 좋다고 하면서 강조하는게 바로 '빛'이다. 이 빛은 폴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폴의 기억을 비춰주는 빛이 있어야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 볼 수 있고, 기억을 찾아야만 그는 다시 감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빛은 폴의 감정에 필수적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 들어가면 햇빛이 아주 환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폴은 기절을 할 때마다 항상 빛을 향해 있는다. (첫번째는 선글라스를 끼되 조명을 보도록 마담 프루스트가 놓아두었고 두번째는 빛을 반사하는 마담 프루스트 정원의 천장 거울을 향했고, 세번째는 창가로 향했으며, 집에서 혼자할 때도 쓰러지면 항상 빛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는 빛이 폴의 기억 찾기와 감정을 되찾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서는 빛은 필수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폴이 아침에 빛을 만끽할라치면 이모들은 매일 아침 똑같은 노래를 부르며 그랜드 피아노의 뚜껑을 열어 빛을 차단시킨다. 사고의 진실에 대해 (폴이 상처받을까봐) 함구함으로써 기억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만든 존재였던 이모들은 기억을 위한, 그리고 피아노 연주를 위한 빛을 차단 시킨 존재이기도 하다.



3. 폴은 왜 말을 하지 않는가?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폴은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가 왜 말을 하지 않는 가는 여러 이유로 설명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폴이 굳이 원하는 것을 입밖으로 내지 않아도 이모들이 다 알아서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슈케트도 다 사다주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모들의 댄스 교실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살아갈 수 있고 얼굴에 묻은 것도 다 닦아준다. 이모들은 폴은 마치 '성장이 덜 된' 아기 처럼 다룬다. 

 실제로 폴은 덜 성장한 사람이기도 하다. 비록 성인이긴 하지만 그가 즐겨먹는 슈케트라던가, 말을 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이디푸스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캐릭터이다. 그의 꿈을 자세히 보면 아버지의 얼굴과 성인이 된 폴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에 대한 완전한 기억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폴은 아버지에 대한 것들을 부정하며 아버지에 대해 "Attila"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처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폴의 실어증은 폴이 꿈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자기의 모습과 같은 게 싫고 자신이 말을 하는 순간 '성장'하게 되고 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되는 것을 거부하려는 욕구의 발로로 설명될 수 있다.


4. 폴의 성장

  

   폴이 기억을 되찾고 감정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그가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의 무의식이 싫어했던 피아노에 결국 흙을 붓고 꽃을 심어 마치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 처럼 만든뒤 온전히 햇빛을 받으며 꽃들에게 물을 주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폴을 아기처럼 취급했던 이모들은 그런 폴의 행동을 그대로 내버려둠으로써 폴의 성장과 존재 자체를 인정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첫 장면에서 아버지가 자기에게 소리를 지르기 전 봤던 장면인 그랜드 캐년에 가서 자신의 아이에게 '아빠'라고 말한다. 그는 기억을 찾았고, 감정을 되찾았으며 종당에는 성장에 대한 거부로써 잃은 말까지 찾음으로써 유의미한 성장을 한다.


5. 왜 마들렌인가?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에 가면 반드시 먹는 것이 '차'와 '마들렌'이다. 차의 이상한 뒷맛을 없애기 위해 마들렌을 먹으라고는 하지만 왜 하필 마들렌일까? 이는 사실 앞서 말했던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구절과 연관이 있다. 실제로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소설에서 기인한 것인데 마들렌과 차가 나오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어느 일요일 아침에 먹었던 그 마들렌 과자의 그것이었다. 내 이모 레오니는 종종 그 과자를 만들어 자신의 홍차나 허브차에 먼저 적셔서 나에게 주곤 했다. 

  마들렌은 바로 이 소설의 문구에서 나온 것이다. 마들렌은 폴이 좋아하는 슈케트와 대비되는 소재이다. 슈케트는 폴의 미성숙한 상태, 아이 같은 상태를 나타낸다면 마들렌은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다. 


6. 폴의 엄마


Vies ta Vie (네 인생을 살아라)


  폴이 엄마의 기억에 대해 유독 긍정적으로 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유일하게 폴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너무 어릴 때 잃어서이기도 하지만 폴의 이모들이나 엄마의 친구가 '넌 OO이 되야해'라고 하는데도 유일하게 어머니만 '너만으로도 충반하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 때 어머니가 폴에게 불러주는 노래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폴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영화 표 뒷면에 쓰여진 저 문구는 '너 자체만으로 충분하니 너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라' 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 영화의 흐름을 생각해본다면 '너의 모든 기억에 대해 온전히 인정하라'라는 얘기도 된다. 폴이 그동안 부정했던 기억을 찾고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어떤 나쁜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그 기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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