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넷플릭스에 <글리치>가 공개됐어요.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서 공개되지마자 바로 봤는데, 좀 아쉬웠습니다.ㅠㅠ 줄거리와 함께 바로 리뷰가도록 할게요!
넷플릭스 <글리치> 줄거리
이별을 통보한 날 갑자기 실종된 남자친구. 남자친구가 실종되고 어릴 때 봤던 외계인의 흔적이 발견되자 홍지현(전여빈)은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UFO 동호회를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중학교 때 친구 허보라(나나). 허보라와 함께 외계인의 흔적을 쫓다가 하늘빛드림교회에 대한 진실을 발견한다.. 잠입해서 취재를 하지만 구원자, 일명 '호산나'로 지명된 홍지현(전여빈)은 위기에 몰리고, 허보라는 UFO 동호회 사람들과 새로 합류한 조력자 김직진과 진실을 알라고 홍지현을 구한다.
제목처럼 '글리치'된 이야기
넷플릭스 <글리치>가 가장 아쉬운 점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마치 오류처럼 외계인 목격자라는 독특한 존재인 주인공 홍지효(전여빈).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보는 '환각', 그리고 사라진 남자친구 시국이를 찾으며 성장해 일상으로 돌아오는 성장스토리인가요?
아니면 어릴 적 오해로 멀어진 홍지효(전여빈)와 허보라(나나)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틈을 메꿔가는 우정 성장스토리인가요?
아니면 말그대로 '외계인'의 존재를 찾아가고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사회 고발 스토리인가요?
뭔가 알 것 같은데, 만져질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좀... 애매합니다. 대학교 다닐 때 너무 어려운 전공서적을 마주한 기분입니다. 알 것 같으면서, 이게 맞나? 했다가 또 아닌 것 같고... 여튼
메세지가 이렇다보니, 사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할만한 부분도 애매합니다. 성장 스토리 특유의 감동을 주기에도 부족하고, 사회고발 성격을 띄는 스토리가 줄 수 있는 긴장감도 없으며, SF적 장르가 주는 방대한 우주 스토리의 재미도 없습니다. 그래서 안그래도 10화짜리 긴 드라마가 더 재미없어요.
은은하게 구멍뚫린 빌드업과 개연성
이렇게 메세지가 애매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드라마 자체가 어려운 드라마거나, 아니면 어렵다기 보다 빌드업을 잘못했거나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대중들이 보는 드라마에서 그렇게 어려운 케이스는 잘 없습니다. 오히려 어려울 수록 전개가 꼼꼼하고 빌드업을 탄탄히 해서 마지막에 탄식이 나오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글리치>는 빌드업이 약한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건 이 약한 빌드업이 <글리치>가 주는 특유의 독립영화 감성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사실 그냥 개연성과 빌드업이 잘 못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어려운 드라마처럼 보입니다. 진짜 못 만든 드라마는 정말 구멍이 숭숭 뚫린 게 눈에 보이는데 그런 드라마가 누더기 옷이라면, <글리치>는 마치 매쉬 소재의 옷을 보는 기분.
<글리치>에 사건은 아주 많이 등장하지만 이 사건들을 연결하는 접착제가 덜 끈끈합니다. 조금 노력하면서 봐야 '아 그랬구나' 하고 그나마 이해가 갑니다.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는 보통 주인공의 꽁무니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해하고, 주제를 이해할 수 있는데 <글리치>는 그런 면에서 아쉽습니다. 개연성도 조금 부족하고, 장면들간 케미도 부족합니다. 많은 사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하나의 결론으로 잘 이해될 수 있게 잘 연결해놔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말 아쉬웠어요.
심지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굳이 홍시국이 실종됐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 홍지현(전여빈)이 최면 장면에서 괴로워했던 이유가 알고보니 철갑상어 다큐멘터리와 오버랩했단 걸 알고나면 그냥 허무할 지경입니다.
주인공 홍지현(전여빈)과 형사는 마치 러브라인을 탈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맥이 끊겨 버리고, 뭔가 있는 것처럼 그려놓은 홍지현의 친구는 드라마에서 기능적으로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끝이 나 버립니다. 실종됬다가 돌아온 이시국(이동휘)도 이 드라마에서 뭔가 할 것처럼 깔짝거리다가 그냥 깔짝거리고 끝납니다.
이게 '빌런일 줄 알았는데 끝까지 착한 편이었다'가 아니라 그냥 필요한 장면에 그런 캐릭터들을 장면을 설명하는 장치로만 쓰고 갑자기 캐리턱의 설정을 날려버립니다.
너무 아쉬운 조연들의 역할
<글리치>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각 조연마다 캐릭터도 강하며 그 조연이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도 뚜렵합니다. 아니, 그랬어야 합니다. 하지만 <글리치>는 다양한 사건들을 이어주고, 연결해줄 조연들이 그저 각 장면에서 설명만 해주고 나면 갑자기 조연이 가지고 있던 미스테리함, 뚜려한 캐릭터성들이 날라가 버립니다.
이시국(이동휘)은 다시 돌아와서 뭔가 어떤 역할이 있는 것처럼 굴지만, 그냥 돌아온 뒤에는 장면을 설명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면서 끝납니다. 외계인 동호회 회원들도 전부 마찬가지. 그렇게 뚜렷한 개성을 넣어놓고 모두 장면을 설명하는 데서 끝이 납니다.
김직진(고창석)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 딸에게 엄청 대단한 비밀이 있는 것처럼 나오지만, 결국 이 딸도 하늘빛드림교회에서 홍지현(전여빈)이 잘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 장면이 진행될 수 있는 기능만 하고 끝이 납니다. 그렇게 성하에 집착하고 서스럼없이 총을 쏘대던 캐릭터성과 어릴 때 집단 자살 사건을 목격한 스토리는 하늘로 날라가 버린듯 합니다.
지나치게 루즈한 전개
결국 이런 단점들이 모두 합쳐져 <글리치>는 10화가 왜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전개가 정말 루즈합니다. 그냥 감독이 넣고 싶은 장면을 다 넣고 싶어서 그랬을까? 지지부진한 전개와 지나치게 많은 사건들, 근데 또 설명되지 않은 사건들, 쓸데없는 조연들의 농담 주고 받기 등등이 합쳐져 넷플릭스 <글리치>는 지루함의 끝을 달립니다.
이건 속도나 분위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루즈함은 몰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문제죠. 속도가 느리다고 루즈한 드라마는 결국 잘못만든 드라마입니다. <글리치>는 구멍 뚫린 개연성, 부족한 조연들의 역할을 어줍잖게 몽환적인 화면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글리치>는 잔잔한 분위기 같지만 뜯어보면 온갖 사건투성이의 드라마이고, 중간 중간 환각같은 장면들을 연출해 잔잔함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주인공 두 명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게 설계한 드라마도 아닙니다. 몰입해서 보기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10화 내내 루즈하고 지루한 것이죠.
주인공 홍지현이 가지는 이중적 의미
뭐 그래도 팬의 마음으로 보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주인공 홍지현(전여빈)이 가지는 이중적 의미에 있었어요. 홍지현(전여빈)은 사회에서 보면 '글리치(오류)'같은 존재입니다. 실종된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서 직장 생활 다 미뤄두고, 막연히 외계인이 존재할 거라고 믿는 '외계인 목격자'인데다 외계인 환각을 보는 사람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존재가 하늘빛드림교회에서는 '호산나', 그러니까 구원자로 지목이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가짜 호산나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집단 자살 사건으로 신도들이 죽을 뻔한 걸 막는 것도 이 홍지현(전여빈)입니다. 그러니까 가짜 구원자였지만 사실 진짜 그들을 헛된 죽음으로부터 구원한 '진짜' 구원자인셈이죠.
물론 그렇게 해서 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이 <글리치>의 문제점이지만.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묘한 연출
<글리치>에서 굳이 또 볼만한 부분을 짚어보자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연출입니다.. 그게 '잘'됐다고 보긴 힘들지만 환상이 주는 특유의 기묘한 느낌 때문에 '볼 만하다' 정도에요. 중요한 건 이 연출이 자꾸만 <보건교사 안은영>을 생각나게 만든다는 것인데요..
여하튼 뭔가 이 기묘한 느낌 덕분에 <글리치>는 마지막까지 정말 외계인지 존재하는 건지, 그냥 하늘빛드림교회의 농간인지 헷갈리면서 그거 결론 하나만 보고 꾸역꾸역 보게 만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글리치>를 보게 만드는 이유가 그거 딱 하나인게 문제.
한줄평 : 🌕🌕🌗 2.5/5
대놓고 못 만든 드라마는 아니지만, 리뷰 욕망이 없었다면 끝까지 못 봤다.
넷플릭스 한국시리즈들이 퐁당퐁당으로 자꾸 실패했다가, 좋았다가 합니다. <글리치>는 정말 재밌게 잘 만들 수 있었던 소재였던 것 같은데 참 여러모로 아쉽네요.
넷플릭스 <글리치> 등장인물
홍지현 | 전여빈
낙하산이라 모양은 좀 빠지긴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가 있는 여성. 집안 사정이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다. 텐션은 떨어지지만 4년 간 사귄 남자친구와 슬슬 결혼 얘기를 주고 받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사라진 그의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허보라 | 나나
구독자가 몇백명인 유튜버이자, 안 팔리는 트위치 스트리머. 다루는 콘텐츠는 미스터리다. 내공 깊은 키보드 워리어이며, 커뮤니티 미확인 비행물체의 '고정닉'이기도 하다. 허구한 날 방구석에서 편집만 하느라 예쁘게 타고난 얼굴을 좀처럼 원룸 밖으로 내밀지 않는 인물. 홍지효와 함께 미스터리한 실체에 다가간다.
이시국 | 이동휘
홍지효의 남자친구. 외모, 학벌, 유머 감각, 경제력까지 뭐 하나 특출난 건 없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떨어지는 것도 없는 그럭저럭 괜찮은 남성이다. 자기 앞가림 할 줄도 알고 현실감각도 있다. 심지어 남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미덕인 공감 능력까지도 어느 정도 갖췄다. 그러다 어느 날 사라지게 된다.
마형우 | 김남희
본인도 인정하는 금수저 액체 터미네이터 같은 멘탈로 똑같은 세상을 혼자서만 쉽게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든 관심없고 별 노력 없이 모든 걸 설렁설렁 되는대로 해도 대충 잘 나가 버리는 재수없는 인간 부류.
김병조 | 류경수
생활질서계 경찰. 홍지효의 든든한 조력자로, 미스터리한 비밀의 실체에 다가서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