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를 보다보면 우리가 기억해야할 인물이 하나 더 있다. 윤동주 시인의 고종 사촌이자 절친, 송몽규이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송몽규라는 인물의 등장 덕분에 우리는 윤동주 시인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둘의 대조되는 성격은 윤동주 시인에게 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라면 송몽규는 윤동주 시인과 대비되는 캐릭터 이면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살짝 살짝 보여주는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본인의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윤동주 시인은 '시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시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움과, 조국 독립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송몽규는 다르다. 그는 달변가이자 활동가다.
△ 둘의 성격은 대조적이다.(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송몽규는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됬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홀연히 사라진다. 독립군관학교에 다니며 그는 어릴 때부터 민족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결국 그런 활동 때문에 체포되었다가 석방되어 윤동주 시인과 연희전문학교(오늘날의 연세대)에 들어가서도 그는 그의 적극적인 성격과 달변가 기질을 십분 활용하여 <문우>를 펴낸다. 그리고 둘은 같이 일본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일본에서 송몽규는 한인유학생들을 규합하여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며 일본은 이제 패전의 길에 있다며 일본에 대항하기를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결국 특고 형사에게 체포된다.
△일본에게 대항할 것을 주장하는 송몽규(사진출어: 네이버 영화)
송몽규는 윤동주 시인이 자기도 함께하겠다고 하자 담배를 피며 내뱉는다.
"니는 계속 시를 쓰라. 총은 내가 들꺼이까"
이 대사는 송몽규와 윤동주 시인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송몽규의 말에 윤동주 시인은 "너는 시를 쓰는 게 도망치는 거라면서 왜 자꾸 나를 도망치게 만드니."라고 반발하며 대답한다. 송몽규는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문학적 감각이 뛰어났지만 민족을 해방하고 독립시키는 데에는 문학보다는 이론적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이다. 윤동주 시인은 그런 송몽규를 곁에서 보면서, 그리고 끝에는 그렇게 해내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를 바랬던 자신을 부끄럽다고 했지만 둘의 방식이 달랐을 뿐, 신념 자체는 똑같았을 것이다. 앞서 말한 둘 사이의 대사는 송몽규가 자각하고 있는 자신의 역할과, 그리고 윤동주 시인에게 바라는 역할과, 윤동주 시인이 스스로 그리고 송몽규에게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송몽규가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는 이유는 송몽규가 일본의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한인유학생들을 규합하여 행동하면서 일본이 패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형사에게 내뱉는 말은 일본의 치부를 죄다 까발려 형사의 눈 앞에 정면으로 세워놓는 행위이다. 송몽규는 형사에게 너네가 이렇게 명분과 절차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너네가 가지고 있는 서구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라며 정곡을 찌른다.
<동주>라는 영화가 꽤 잘만든 점은 이 장면에서도 드러나는데 송몽규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이 당시 가지고 있었던 열등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형사를 통해 일본이 자신들이 행하는 행위에 대한 맹목적 신뢰, 그리고 정당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송몽규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부끄러움 즉, 다시 말해서 일본이 차마 자기 입으로 인정하기 싫은 치부를 일본인 앞에 까발린다. 이 영화가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이유는 송몽규라는 인물이 이런식으로 힘을 실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는 마치 신들린 사람 처럼 말한다. 일본은 오로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자신들은 문명국이라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는 바로 이런것이라 하겠다.
<동주>가 송몽규에 대해 윤동주 시인에게 묻고 답하는 것 처럼 흘러간다. 윤동주 시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윤동주 시인의 삶을 이야기 하는 동시에 그동안 우리에게 생소했던(죄송합니다.) 송몽규라는 인물도 재조명 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동주>이지만 우리가 기억할 또다른 <동주>는 바로 송몽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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