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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영화 리뷰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1편: 나치세대와 나치다음 세대의 이야기

by 밍키쓰 2016. 2. 19.

  얼마전 히틀러의 '기미 상궁' 역할을 했던 독일인 마르고트 뵐크(96세)씨가 독일 RBB 방송에 출연하여 입을 열었다. 히틀러는 항상 암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5명으로 구성된 여성 검식관들로 하여금 먼저 밥을 먹게 하고 1시간여 뒤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식사를 했다고 한다. 뵐크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매순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며 그 일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워 무덤까지 안고 갈 작정이었으나 죽기 전 비밀을 털어놓고 싶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독일은 나치전범들에게 가차없이 처벌을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고트 뵐크씨는 더욱 두려웠고 부끄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늘 이야기할 영화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네이버에 영화를 검색하면 청소년 관람불가의 드라마/멜로 장르이다. 빨간 딱지 붙은 드라마/멜로라 화끈하고 야한 영화일 것 같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 관계를 통해 나치세대와 다음 세대간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물론 야한 장면은 있다.) 사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 책을 읽으면 더 좋을 테지만 영화 리뷰이므로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한나와 마이클은 요즘도 보기힘든 무려 21살이나 차이가 나는 관계이다. 둘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이클이 토하는 걸 한나가 도와주고 닦아주고 보살펴 주며 둘의 사랑은 싹이 튼다. 



 

   사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이긴 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자세히 보려면 그 배경을 봐야 한다. 아주 미묘하게 역사의식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나는 트램 검표원이다. 그런데 단순한 트램 검표원이 아니다. 영화 후반에 나오지만 그녀는 나치 시절 강제수용소에서 감시자 역할을 했고, 많은 유대인이 교회 속에서 불에 타 죽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나치를 위해서 일했던 것이다. 둘 사이의 나이차이만큼 긴 역사가 지나면서 독일은 패전했고, 나치는 멸망했다. 그리고 마이클은 평범한 중학생이 되었고 둘은 만나서 사랑을 했고, 사랑을 나눴고, 마이클은 한나가 원하는대로 한나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한나는 홀연히 떠나고 마이클은 법정에서 만난다. 한나는 피고인으로, 마이클은 법학도로. 


   마이클은 이 영화에서 한나를 한 때 사랑했던 사람으로써, 또한 법을 공부하는 법학도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치세대 바로 다음 세대로써 아주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이 나치전범이라니. 나치전범을 사랑했었던 죄책감 때문에 더 괴로웠을 것이다.마이클이 한나를 한때 사랑했던 사람으로써 한나를 이해하고 용서하고자 한다면 한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나로 인해 고통받았던 유대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를 용서 하지 않기에는 한때 한나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써 한나를 이해할 틈이 없다. 결국 미하엘이 둘 다를 이해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른다. 나치세대 바로 다음세대로써 부모님에 대한 사랑은 유일하게 우리가 스스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라며 심리적 갈등을 극복한다. 한때 나치를 위해 일한 한나를 사랑했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면죄부였을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슐링크는 아마도 이 책의 시작을 나치세대와 나치 다음 세대간의 벽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답을 낸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살인을 저지른 부모님을 내가 부모님이라는 이유로 사랑한다고 해서 부모님의 살인이라는 죄를 용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모님에 대해 가지는 사랑은 스스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랑이기 때문에 부모님을사랑했다는 자체로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나치 다음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나치 시절은 독일의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나치 세대는 안고가야만 하는 문제이다. 나치 다음 세대가 나치 세대를 안고 가면서 나치 전범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치 세대를 안고 간다는 사실 자체로 다음 세대가 심리적 고통을 안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물론 잘못된 역사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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