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 영화/영화 리뷰

<이미테이션 게임>, 누가 괴물인가?

by 밍키쓰 2016. 2. 10.

 오늘 들고온 영화는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 네이버 영화는 장르를 '스릴러, 드라마'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첩보물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전기적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감히 이 영화의 한국 포스터가 꽤 영화에게 무례한 포스터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니, 그 하고 많은 말 중에 왜 하필 '암호를 해독하고 전쟁에서 이겨라' 와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포스터의 글귀만 보면 이 영화는 첩보물에 가깝다. 아마도 에니그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런 문구를 골라서 넣은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게는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진, 그러면서도 드라마적인 영화였다.

 특정 인물을 다룬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질문을 던진 건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다짜고짜 처음부터 앨런튜링의 입을 통해 질문한다.

 

"기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긴 삶 동안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아주 견고한 기둥 중 하나는 바로 '생각'이며 그것은 그 어떤 동물도, 기계도 해낼 수 없는 마치 인간의 성지와 같은 그런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애초에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앨런 튜링은 독특하게도 기계도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왜일까? 그는 왜 처음부터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에니그마라는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1,590억의 10억배)를 가진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를 발명한 인간이니 어마어마한 천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위대한 천재가 으레 그렇듯이(심지어 앨런 튜링을 연기한 베네딕터 컴버배치는 영드 '셜록'에서 천재 탐정 셜록 역을 연기했다.) 앨러튜링도 사회성은 제로인데다 사고방식도 독특해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감정,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 거라는 당연한 예상은 그에게 전혀 다른 문제이다.

 

 

   심지어 앨런튜링은 동성애자다. 학창 시절 그가 피운 첫사랑 채 피기도 전에 상대 소년이 죽어버렸고 그것은 튜링의 마음 속 깊이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비록 그는 보통의 인간처럼 그 이야기를 꺼내며 울지도 않았고, 그 소년의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그러나 그가 탄생시킨 걸작 기계에 그 소년의 이름 '크리스토퍼'를 붙인 것은 그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자 표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슬픔이였을 것이다. 

 

◁뒤에 있는 기계가 튜링머신'크리스토퍼'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이런 애기를 구구절절하는 얘기는 다만 앨런 튜링의 표출의 방식이 달랐을 뿐 똑같이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하나의 인간이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피터, 휴. 심지어 튜링을 사랑했던 조안 조차 튜링에게 '괴물'이라고 쏘아붙였지만 기계가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그가 감정의 표출방식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그가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튜링이 남들과 달리 튜링 머신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계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계의 이러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시점에서 나는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누가 괴물인가?"

 

 튜링인가? 아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전에 생각해볼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어쨋든 튜링 머신을 발몀한 것은 엄청난 일이었지만 국내는 당연하고 제일 중요한 건 독일이 알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독일이 자신들의 난공불락이던 암호를 해독했단 얘기를 들으면 그들은 다시 설정을 바꾸게 되고 또 다시 수년의 세월을 들여야 하며 영국에게는 전쟁패배라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하니까.

  따라서 튜링을 비롯한 동료들에게는 암호를 해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인간적이고 괴로운 일이 주어졌다. 그들이 표현한 것 처럼 '피의 방정식'이다. 그게 뭐냐고? 내용은 이렇다. 앞서 말했듯이 암호를 해독했다는 사실을 독일이 알면 안된다. 그래서 그들은 독일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리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만큼만 '죽여야'한다. 왜 피의 방정식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가 되는가?

 

▲'피의 방정식'(출처:직접 캡쳐)

 

 그들은 매일 튜링 머신이 암호를 해독하면 얼만큼 살리고 얼만큼 죽여야 하는 가를 계산해냈다. 그들은 '이해했다'. 전쟁에서 이겨야하니까.튜링 머신 덕분에 전쟁은 2년 정도 더 일찍 종전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치적으로 계산하면 엄연히 좋은 일이다.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어디 사람이 숫자인가? 개인으로 본다면 사실 똑같은 비극이다. 단지 '내'가 안 죽었을 뿐. 저 피의 방정식에 의해 내가 '죽어야'할 숫자로 분류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내가 아니라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우린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 영화에서 어느 누구도 튜링에게 '괴물'이라고 쏘아붙일 자격은 없다. 그 괴물의 뜻이 '천재적 존재'라면 모를까.

 사실 이러한 논의는 하다보면 끝이 없다. 그러니까 이정도로만 마무리하고 다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앨런 튜링에게로 돌아보자. 어쨋든 튜링은 그의 마지막 임무 '한 함선을 구하는 것'이 아닌 '전쟁을 끝내는 것'에 충실했고  역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그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 튜링의 업적은 비밀에 부쳐졌고 심지어 동성애 혐의를 받게 된다. 튜링은 결국 수감될 것인가 아니면 화학적 치료를 받을 것인가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다.

 

△화학적 거세를 택한 튜링. 그는 독이든 사과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가 결코 튜링을 괴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도 존재한다. 그는 그가 만든 기계, 어쩌면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의 존재, '크리스토퍼'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튜링은 화학적 거세를 택한다. 튜링의 동성애 혐의는 2009년인가 2006년인가 벗겨졌지만 그의 존재는 50년동안 영국 정부에 의해 함구되었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사람을 저울질 했어야 했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위대한 사람의 존재를 지웠으며, 그로부터 그가 사랑하는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 결국 튜링은 '사회가 나에게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가장 순수한 여자가 선택할 만한 방식으로의 죽음을 택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튜링의 자살은 그의 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만의 미학이나 어떤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아니였다. 결과적으로 한 인간을 죽음으로 이끌게 한 건 그 인간을 '괴물'이라고 불렀던 사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질문하고 싶다. 과연 누가 괴물인가?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