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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영화 리뷰

나는 누구인가요? <뷰티인사이드>와 <쿵푸팬더3>

by 밍키쓰 2016. 2. 16.

  쿵푸 팬더3가 개봉했다. 현재 예매율은 검사외전 바로 다음으로 2위인데 검사외전 스크린 수가 거의 시내버스 시간표 수준인 걸 감안하면 꽤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있다. 네티즌과 관람객 평점 8점대를 달리며 훌륭한 평가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검사외전과 쿵푸팬더3를 둘 다 본 사람으로써 둘 다 꽤 재밌는 영화였지만 괜찮은 영화를 고르라고 한다면 쿵푸팬더3를 고를 것이다. 

 

(자료출처:KOFIC 홈페이지)

 

   재미면에서는 어쩌면 검사외전이 한수 위일수 있지만 결코 한 번더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돌아서면 생각나지 않는 영화라는 얘기이고 킬링타임용으로 좋다는 거다.

 

 어쨋든 쿵푸팬더3는 애니메이션이고 특정 매니아층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 으레 애니메이션들이 그렇듯 개그코드는 다소 유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어린 동생이 있다면, 조카들이 있다면 손잡고 영화관으로 달려가길 추천한다. 설사 어린이랑 보는 게 아니더라도 꼭 보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평생을 고민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화가 있다. 작년에 개봉하여 '우진'이 123명이나 캐스팅 된 <뷰티인사이드>이다.  이 영화는 평론가들에게는 혹평을 받았지만 관람객들에게는 8점대라는 훌륭한 평점을 받은 영화다. 제목을 해석하자면 <내면의 아름다움>정도 인데 개인적으로 영화는 제목을 담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업 영화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제목은 '내면의 아름다움'이지만 결과적으로 로맨스가 이루어지고 관객들을 설레게 한 장면들, 그리고 중요한 장면들은 우리가 '잘생겼다.'라고 말하는 배우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극 중 '우진'도 '이수(한효주)'에게 첫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잘생긴 '나'를 기다린다. 마지막에 이수가 우진을 다시 찾아가는 이유는 우진이 유연석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지만 그 대미는 결국 유연석이 장식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결국 <뷰티인사이드>는 상업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잘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뷰티인사이드>는 내면의 아름다움 보다 더 중요한 것을 머릿속에 남겼다.

 

나는 누구인가?

 

   야이씨,내가 나지!! 하고 분노하지말고 천천히 생각 해보자. 한효주의 대사를 기억하면 좋겠다.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과 같을까. 변한 건 그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하루에 수천 번, 수만 번도 바뀌는 것이 자기 자신 아니던가. 애초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쉽게 정의할 수 있다면 '자소설'을 쓰지도 않을 것이고  자기소개서 만큼이나 쉬운 것도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는 '사제 동행'이라고 해서 매년 4월쯤이면 교수님들과 함게 학교 뒷산을 오른뒤 근처 닭집에서(존맛) 뒷풀이를 하는 행사가 있다. 뒷산의 산길을 모두가 아는 게 아닌데다 닭집으로 가는 길은 따로 있기 때문에 앞사람을 잘 따라가야 하는데, 한 번은 내 뒷 일행들이 앞자락을 놓쳤다고 한다.(들은 얘기라) 결과적으로 나를 놓친 셈인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칠렐레 팔렐레 하고 가다가 송충이를 보고 비명을 질렀었다. 근데 그 뒷 일행들이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내 비명소리를 듣고 나라는 걸 알아서 올바른 길로 왔다는 것이다. 꼭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내 목소리는 꽤 개성있는 편인데 이쯤 되면 내 목소리가 '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뷰티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신체가 아예 바뀌어서 목소리도 매일 달라진다. 그러니까 나의 개성있는 목소리는, 물론 내가 자고 일어나면 신체가 바뀔일은 없겠지만, 결코 '나'를 나타낼 수 없는 요소이다.

  <뷰티인사이드>는 주인공인 우진을 통해서 라기 보다 여자주인공인 한효주를 통해 이런 질문을 간접적으로 던진다. 낮잠만 자도 바뀌는 우진이는 자기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명확히 알고 있다. 그가 매일 아침 다른 사람으로 일어나면서 멀쩡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히 정의할 수 있었기 때문일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영화에서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365일 몸이 바뀌는 우진인 것이다.

 

 

 

 

 반면 한효주는 갈등하는 인물이다. 한효주는 결코 입 밖으로 '내가 누구일까요?'하고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어요.' 라고 하고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반면, <쿵푸 팬더3>는 아주 아주 친절한 영화이다.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전반을 지배하는 주제 의식을 직접적으로 던진다. '너는 누구냐?', '너를 나로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너를 너로 만드려는 거야'(이건 영어로 만들어야 제맛이다.I'm not trying to make you to me, I'm tying to make you to you!") 처음엔 시푸 사부의 입을 통해, 그리고 포가 깨달았을 때는 포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포가 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지 알 수 있다. 사부 시푸가 던진 질문에 채 답을 얻기도 전에 아버지 팬더를 만나고, 팬더 마을에 살면서 이전에 살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팬더'가 사는 방식을 새로 익힌다. 그러니 아직 미숙한 포는 스스로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포는 카이와 싸우면서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 깨닫는다. 거위의 아들인지, 용의 전사인지, 팬더의 아들인지, 팬더인지 너무나 헷갈려 하던 포는 '그게 전부 다 나야!' 하고 명쾌한 해답을 내린다. 

 물론 해답을 내린 건 좋지만 <쿵푸 팬더3>의 해답엔 한계가 존재한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쉽게 풀어 낸 거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포가 내린 해답은 일종의 '타이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뷰티인사이드>를 보면서 느낀 것은 내가 몸이 바뀌어도 '나'임을 잊지 않게 해주는 무엇, 그것이 바로 '나'를 나타내는 요소라는 것이다. 내가 몸이 바뀌어도 내가 쓰는 어투, 나의 성격, 내가 가진 트라우마 이러한 것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 요소이다. 타이틀은 언제나 바뀔 수 있지만 나의 내면에 있는 결함과 장점과 선호하는 것과 가치관은 외면이 바뀐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내면과 대화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도 혼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해서 내가 가진 고민과 현실적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다만 출발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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