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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영화 리뷰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2편: 자아와 사회

by 밍키쓰 2016.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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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은 독일 영화라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2편은 좀더 보편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한나가 법정에 선 죄목은 나치를 위해 일했다는 것이다. 한나가 강제수용소에서 감시자 역할을 했었고 많은 유대인들이 교회 속에서 불타 죽을 때 잠겨진 문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히 한나는 죄를 지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과연 한나에게 자유롭게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의 자아는 그렇게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나는 판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재판장님 같았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이것은 이 영화의 원작 소설가인 슐링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며, 나치세대와 나치 다음 세대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질문이다. 판사는 이 질문에 대해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간단하게 응해서는 안 되고, 또 목숨이 걸리지 않은 것이라면 그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내가 한나였으면 재판장 얼굴에 장난 똥 때리냐며 의자를 집어던졌을 것이다. 대단히 비겁하고 추상적인 대답이다. 한나가 그러한 사실을 몰라서 나치를 위해 일한 것은 아니다. 한나가 질문에서 생략한 것은 '그 상황에서' 이다. 한나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나처럼 문맹인 사람이, 나로 인한 가난이 아닌 사회가 만든 가난에 내가 빠져나오고 싶을 때, 그 때 주어진 일이 나치를 위한 일밖에 없다면, 재판장 너는 어떻게 하겠냐'였을 것이다.






  

 이 질문을 보편적 질문으로 바꾸면 '우리의 자아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변 사회 문제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른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다. 그 어떠한 사람도 사회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선택에 있어서 자아의 영향이 더 클 수는 있지만 사회의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든 받는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최근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OT비 일을 들 수 있다.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내 비리는 그동안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다.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이였기 때문에 모두가 알면서 침묵했다. 그러나 대나무숲에 OT비 관련 글이 자세히 올라오면서 공론화 되었고 현재 아직도 논란 중에 있다. 여기서 내가 꼽고 싶은 예는 체육대학 내 체육대학 학생들이다. 그들이 대항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단과대들이 체육대학 학생들을 비난할 자격도 없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세계는 인맥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은 체육대학 중 서열도 높기 때문에 그들로써는 함부로 저항했다가는 자신들의 커리어가 부서질 수 있는 사회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어쩔 수 없었으니 이렇게 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는 얘기로 저지른 잘못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 어느 누구도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선택에 대해서 비판을 할 때 잘 살펴보아야 하며 스스로의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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