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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폰트, 촌스러움과 멋 사이

by 밍키쓰 2016. 2. 18.

  바야흐로 복고의 시대이다. 티아라의 'RolyPoly', 영화<써니>를 타고 흘러 무한도전<토토가>, 최근 아쉽게 종영한 <응답하라1988>까지 사람들은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옛날을 그리워 하는 심리에는 아마도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 추억, 옛날에 대한 막연한 환상 그리고 그 시절을 같이 살았던 사람들과의 공감을 통한 동질감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옛날을 그리워 하는 것은 우리가 첫사랑을 미묘하게 기억속에서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과 같은 심리가 아닐까 싶다. 

  

 처음 간판 제작 방식은 우리가 학교 대자보를 만들듯 목판이나 양철판에 페인트칠을 하는 형태였다. 옥외용 붓글씨 정도. 그래서 끝 부분이 동글동글 하거나 아니면 글자가 아예 네모 반듯하거나 커다란 궁서체 같은 느낌이다.







대강 요런 느낌들! 손으로 그린 글자 답게 약간 안 맞다거나 조금 삐뚤다가 할 수 있지마 오히려 요새는 복고풍 폰트를 만들면서 일부러 그런 느낌까지 살리려고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옛 간판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대표적인 폰트가 '배달의 민족'에서 만든 주아체 이다.



(사진 출처: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사진 출처: 직접 캡쳐, 폰트는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포)


 그냥 봐도 느낌이 비슷하다.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에는 붓으로 직접 그려서 만든 손글씨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참으로 정감가는 폰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판도 조금씩 진화하게 되는데 그 때 나오는 간판이 바로 아크릴 간판이다. 그런데 당시 아크릴 간판을 제작할 때에는 칼과 실톱으로 직접 작도하여 아크릴을 잘라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직선과 원으로 맞추어야 했다. 중, 고등학교 표어나 포스터를 그릴 때 (미술학원에서 배운대로)글자는 반듯하고 깔끔한 느낌을 줘야 해서 무조건 자를 대고 글자를 그렸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표어의 글자와 옛날 간판 글자의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아크릴로 만든 간판들을 보면 손으로 그렸던 때보다 훨씬 글자가 틀에 맞추어져 있고 더욱 반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렇게 돌출된 형식도 많았고 좀 더 멋진 간판은 안에 형광등을 집어 넣어서 만든 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간판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글자가 대표적으로 배달의 민족 '한나는 11살'체와 '도현'체이다.





(사진 출처: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사진 출처: 직접 캡쳐 폰트는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무료 배포 중)

(사진 출처: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사진 출처: 직접 캡쳐. 폰트는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포 중)


 둘 다 아크릴 간판을 모티브로 한 것이지만 '한나는 열한살'체는 아무래도 조금 이른 시기의 아크릴 간판을 모티브로 한 듯 하다.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60~70년대 아크릴 간판을 모티브로 했다고 되어 있는데 조금만 자세히 봐도 뭔가 살짝 조형성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이런 삐뚤빼뚤한 느낌이 이 폰트의 특징이다.

 살짝 비슷한 느낌이지만 훨씬 반듯한 것이 '도현체'이다. 도현체는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아크릴 판에 자를 대고 컷팅해서 만든 옛 간판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 더 반듯한 모양이다.


 지금 소개한 폰트는 무료 배포 중인 폰트들이다. 복고풍 폰트들을 만들 때 주로 간판도 많이 보지만 또 극장 간판, 인쇄 광고물, 포스터 등도 많이 본다. 옛날 극장 간판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폰트가 '시네마 극장체'산돌), 일제강점기 한 신문에 나온 별표 고무 광고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별표고무체'(산돌), 70년대 초반~80년대 후반에 나온 포스터와 잡지를 참고해서 만든 '격동체'(산돌), 그리고 개화기 여성의 느낌을 준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개화기체' 등 다양한 유료 폰트 들 중에도 멋지고 괜찮은 폰트들이 많다.



 

△맨 위가 산돌에서 만든 '시네마 극장체', 왼쪽 아래가 어느 폰트회사에 만든 '개화기체', 오른쪽 아래가

산돌에서 만든 '격동체' (사진 출처: chosun.com)


   원유홍 상명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기계화되고, 세련되고, 대량 생산된 체제에 대한 반항 의식도 담겨있다." 라고 했지만 반항 의식이라기 보다는 옛날에 대한 향수가 지배적일 것이다. 이러한 옛날 느낌에 다들 마음의 빗장이 풀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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